- Documents Category / 도큐먼트 카테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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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선, 의미, 해석
류용문, 이광호, 김형관… 이광호는 시선에 상징적이고 문학적인 의미를 부여한다. 화면 앞에서 관객의 시선은 그가 장치해 놓은 여러 대상들 사이를 이리저리 자유롭게 좌표이동하고, 각자가 선택한 대상들과의 관계에 의미를 부여하게 된다. 이처럼 화면의 표면 위를 가로지르는 시선의 움직임은 관객에게 임의적으로 서술적인 이야기를 만들려는 시도를 가능하게 하는 장치로서 작용하며, 더 나아가 단순한 이야기 이상의 또 다른 층위의 의미를 생성하게 한다. … -
촉각적 향유
김남시 / 《그림 풍경》(2014, 국제갤러리) 도록… 초기작 〈나의 그림〉(1996), 〈동물원〉(1996), 〈야유회〉(1996), 〈세 사람〉(1996), 〈MK의 점심식사〉(1995)에서 이광호 작가의 시선은 한 인물을 향하고 있다. 그러나 정작 그 인물의 시선은 늘 다른 곳으로 향한다. 작가가 바라보는 시선 속에서 “그녀는 늘 거기에 없었다.” 작가는 다양한 방식으로 시선의 응답을 갈구하는 장치들을 그려 넣지만, 결국 이 작품들은 응답받는 데 실패한 시선의 흔적들이다. 시선에 응답하지 않는 세상은, 그래서 이 그림들에서 낯설고 차갑게 그려져 있다. 응답받지 못한 시선은 자기 자신을 향하기 마련이다. 일방적인 시선만 던지고 있는 자기 자신이 고통스럽게 의식되기 때문이다. 벤야민(Walter Benjamin)의 말처럼, 응답받는 시선이 아우라의 경험을 가능하게 한다면, 응답받지 못한 시선은 결핍으로서의 욕망을 낳는다. 그런데, 나는 바로 이 욕망이 오늘날의 화가 이광호를 만들어준 원동력이었다고 생각한다. … -
촉지적 풍경
이은주 / 《그림 풍경》(2014, 국제갤러리) 도록… 이광호가 《회화술》(1998, 덕원갤러리)이라는 전시에서부터 ‘인터뷰(Inter-View)’의 인물화 연작, ‘선인장’의 정물화 연작에 이르기까지, 회화의 문제에 대한 탐구를 지속해 온 작가라는 맥락에서 볼 때, 풍경화로 이동한 관심은 자연스러운 것으로 보인다. 자연 풍경은 현실 속 장면인 동시에 도시 공간과는 다른 미지의 신비로움을 내포한다는 점에서, 현실과 이어져 있으면서도 현실과 다른 차원일 수밖에 없는 그림의 지위와 매우 유사하다. ‘풍경’이라는 개념에는 바라보는 자의 시선과 위치가 적극적으로 개입된다. 부감법과 같이 신체적 한계를 넘어서는 관념적 시선을 제외한다면, 인간의 신체 범위 보다 큰 현실의 풍경을 경험적으로 그릴 때 관자의 시선은 언제나 그 풍경 안에 위치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러한 시선의 위치는 객관적인 거리를 두고 대상화할 수 있는 정물에 비해 보다 깊은 주관성을 풍경에 개입시킨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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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광호는 사물을 그리는 것이 아니라 탐구하고 있었다. 그는 지난 13년간 인물을 탐구했고, 풍경을 탐구했고, 그리고 이번에는 선인장을 탐구하고 있었다. 그는 다만 사물의 모양을 탐구하는 데 그치지 않고 그것의 촉감까지 탐구하려는 엉뚱한 야심으로 한세월을 보내고 있었던 것이다. 오브제에 대한 그의 치열하고도 끈질긴 탐구는 마침내 화폭 위에 경이롭고도 신선한 석상들을 세우기에 이르렀던 것이다. 그의 그림 앞에 서면 사물을 있는 그대로 모사하고 있는 한 사람의 단순한 화가가 아닌, 사물이 내재하고 있는 어떤 비밀을 탐구하는 한 사람의 구도자를 느끼게 되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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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인장 — 시선의 생산
유진상회화는 이른바 추상예술과 함께 시작되는 것이 아니라, 신체의 실루엣과 자세를 다시 창조하면서 풍경–얼굴의 조직화 속에서 이미 충분히 작동하고 있다고 말해야 한다.—질 들뢰즈(Gilles Deleuze), 펠릭스 가타리(Félix Guattari), 『천 개의 고원』(Mille plateaux, 1980)’— -
시선과 반응
윤진섭… 이광호의 인물화에 있어서 두드러진 특징은 대상에 따라 각기 다른 다양한 묘법을 구사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가능한 한 대상이 지닌 고유의 아우라를 표현하고자 하는 작가의 의지다. 그는 피부와 옷의 존재감이 생생하게 드러나도록 거기에 맞는 필치를 구사하고 있는데, 이는 유화의 필법에 관한 다년간의 수련이 없었다면 불가능한 일이다. … -
知友와의 대화 2
황재연황재연 : 이미 완성되었거나, 마무리를 눈 앞에 둔 이번 그림들이 전하는 인상이랄까. 표정들이 예전의 작업들과는 사뭇 다른 느낌을 준다. 그림 상의 주인공이라 부를 만한 인물의 크기가 커지고, 또 중심적인 비중을 갖는 것이 여러 그림들에서 눈에 띄이기도 하지만, '바뀌었다'는 느낌을 두드러지게 전하는 것 중의 하나가 '색감' 이야. 화려한 원색들이 많이 사라지고, 채도가 낮게 쓰이고 있는 걸 볼 수있거든? 색깔에 대해서 얘길 해 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