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reword 전시 서문

  • Documents Category / 도큐먼트 카테고리
Published texts (Critic, Forward, Interview and Essay) / Published article before 2010 / Flyers and Booklet without ISBN  글 (비평, 서문, 인터뷰 그리고 작가의 글) /2010년 이전 발표된 기사 /리플렛, ISBN 없는 카탈로그)

 

  • 시선, 의미, 해석

    류용문, 이광호, 김형관
    … 이광호는 시선에 상징적이고 문학적인 의미를 부여한다. 화면 앞에서 관객의 시선은 그가 장치해 놓은 여러 대상들 사이를 이리저리 자유롭게 좌표이동하고, 각자가 선택한 대상들과의 관계에 의미를 부여하게 된다. 이처럼 화면의 표면 위를 가로지르는 시선의 움직임은 관객에게 임의적으로 서술적인 이야기를 만들려는 시도를 가능하게 하는 장치로서 작용하며, 더 나아가 단순한 이야기 이상의 또 다른 층위의 의미를 생성하게 한다. … 
  • 《이광호》 개인전 서문

    갤러리2 중선농원
    세계 최초의 백과사전인 플리니우스의 『박물지』(Naturalis Historiæ)에서는 사랑하는 청년이 멀리 떠나게 되자 램프의 빛으로 벽에 비친 청년의 그림자를 따라 그린 어느 여인의 이야기가 나온다. 그녀의 시선은 온전히 사랑하는 이의 그림자 윤곽을 따라 이동했을 것이다. 시선이 가는 곳에는 사랑이 있고, 그곳이 바로 형상이 태어나는 자리다. 이광호 작가의 일관된 주제 역시 ‘시선’이다. 짝사랑하는 여인을 바라보던 시선, 사랑하는 부인과 마주하는 시선, 120명의 초상화 모델을 관찰하는 시선, 식물의 표면을 탐구하는 시선. 그러나 그림자의 윤곽을 따라 그린 여인과 이광호 작가는 차이가 있다. 그는 선이 아닌 붓질로 자신이 시선이 닿았던 대상의 표면, 그 촉감을 사실적으로 묘사한다. …
  • …  수많은 넝쿨과 가지, 뿌리들이 뒤엉켜 있는 덤불, 마찬가지로 무수한 물풀과 꽃, 물웅덩이들이 얽혀있는 습지는 그 자체가 ‘바로 이것’이라고 지칭할 수 있는 대상이 아니다. 사람이나 선인장이 하나하나 헤아릴 수 있는 단수 명사라면 곶자왈 덤불이나 뉴질랜드의 습지는 어디서부터 어디까지를 그것이라고 헤아리거나 지칭하기 어려운 군집 명사다. 이 거대하고 무정형적인 덩어리, 개체적으로 다른 것들과 독립되어 있지 않기에 차라리 ‘장소’라 불러야 마땅할 것을 그리려면, 선인장이나 사람을 그릴 때와는 전혀 다른 선택과 구획의 프로세스가 요구된다. …
     
  • 회화라는 현실

    정신영 / 《이광호》(2018, 조현화랑 부산) 서문

    … 그가 밤의 곶자왈을 그린 작품을 전시한 2층 전시장을 어둡게 설정했을 때, 작가가 갖는 화면과 현실과의 관계는 한 층 더 명확해졌다. 해가 져서 어두워지면 눈앞의 장면도 잘 보이지 않게 된다. 눈에 잘 보이지 않는다면, 그리기 힘든 현실이 있는 것이다. 굳이 감출 필요는 없다. 단 그 칠흑과의 싸움을 그는 포기하지 않을 뿐이다. 존재를 인지하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대상은 그릴 수도 안 그릴 수도 없다. 딜레마가 시작된다. 어둠 속에서의 투쟁은 감정이 개입된다. 칠흑 속에서 어두움은 공포를 동반하고, 공포 속에서 보이지 않는 것을 그려야 한다는 작가의 부담감은 심리를 자극한다. 이 모든 갈등이 어두운 숲 속에 투영되면서, 그 숲은 단순히 초월적일 뿐 아니라 깊고 침통하며 결코 밑바닥을 드러내지 않는 절망으로 유인한다. 동시에 관객은 작가의 시선뿐 아니라 납덩이를 삼킨 듯한 마음까지 공유하게 된다. …

  • 촉각적 향유

    김남시 / 《그림 풍경》(2014, 국제갤러리) 도록
    … 초기작 〈나의 그림〉(1996), 〈동물원〉(1996), 〈야유회〉(1996), 〈세 사람〉(1996), 〈MK의 점심식사〉(1995)에서 이광호 작가의 시선은 한 인물을 향하고 있다. 그러나 정작 그 인물의 시선은 늘 다른 곳으로 향한다. 작가가 바라보는 시선 속에서 “그녀는 늘 거기에 없었다.” 작가는 다양한 방식으로 시선의 응답을 갈구하는 장치들을 그려 넣지만, 결국 이 작품들은 응답받는 데 실패한 시선의 흔적들이다. 시선에 응답하지 않는 세상은, 그래서 이 그림들에서 낯설고 차갑게 그려져 있다. 응답받지 못한 시선은 자기 자신을 향하기 마련이다. 일방적인 시선만 던지고 있는 자기 자신이 고통스럽게 의식되기 때문이다. 벤야민(Walter Benjamin)의 말처럼, 응답받는 시선이 아우라의 경험을 가능하게 한다면, 응답받지 못한 시선은 결핍으로서의 욕망을 낳는다. 그런데, 나는 바로 이 욕망이 오늘날의 화가 이광호를 만들어준 원동력이었다고 생각한다. …
  • 촉지적 풍경

    이은주 / 《그림 풍경》(2014, 국제갤러리) 도록

    … 이광호가 《회화술》(1998, 덕원갤러리)이라는 전시에서부터 ‘인터뷰(Inter-View)’의 인물화 연작, ‘선인장’의 정물화 연작에 이르기까지, 회화의 문제에 대한 탐구를 지속해 온 작가라는 맥락에서 볼 때, 풍경화로 이동한 관심은 자연스러운 것으로 보인다. 자연 풍경은 현실 속 장면인 동시에 도시 공간과는 다른 미지의 신비로움을 내포한다는 점에서, 현실과 이어져 있으면서도 현실과 다른 차원일 수밖에 없는 그림의 지위와 매우 유사하다. ‘풍경’이라는 개념에는 바라보는 자의 시선과 위치가 적극적으로 개입된다. 부감법과 같이 신체적 한계를 넘어서는 관념적 시선을 제외한다면, 인간의 신체 범위 보다 큰 현실의 풍경을 경험적으로 그릴 때 관자의 시선은 언제나 그 풍경 안에 위치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러한 시선의 위치는 객관적인 거리를 두고 대상화할 수 있는 정물에 비해 보다 깊은 주관성을 풍경에 개입시킨다. …

  • 면벽(面壁) 너머의 본능적 회화

    이관훈 / 《어루만지다》(2012, 갤러리 소소) 서문

    … 결과적으로 이광호의 회화는 감성본능을 자각하는 태도로서 접근한다. 그는 다년간의 회화적 실험(자아-재료-기법-대상-관계-소통-감각)과 욕망의 본능이 소통 가능한 사회적 통념을 응시하며, 그 실험과 욕망을 회화적 시스템 속에서 통용되게끔 활용을 잘하는 작가로 거듭났다. 또한 그리는 것보다는 탁월한 터치 감각의 테크닉’을 우선시하며, 여기에 감정의 부여로 사유의 폭을 넓히고 조절함으로써 남다른 환영과 느낌을 표출해 낸 작가로 시선을 모으고 있다. …

  • 이광호의 선인장, 붓질의 애무에 살 오른 욕망의 기둥

    김윤섭 / 《Touch》(2011, 조현화랑 부) 서문
    … 지금의 작품은 선인장 표현에 있어 시각적 의도 외에 어떤 메시지나 상징도 배제하려 노력하고 있다. 그래서 한 붓에 중첩된 것 없이 단박에 표현했다. 겉보기엔 지금의 선인장 시리즈는 이전의 인물화와 전혀 다른 형식으로 보일 수 있다. 하지만, 꼼꼼히 살피면 둘에서 아주 유사함을 발견하게 된다. 표현하고자 한 대상을 배경 없는 화면에 배치한 것이며, 대상 자체의 감성을 최대한 존중하고 그 내면의 표정을 시각화하려는 노력, 작가적 의지의 개입 역시 최대한 절제하는 것 등이 그것이다. 결국 이광호의 인물화 시리즈나 선인장, 풍경화 시리즈는 모두 한 뿌리에서 자란 여러 개의 줄기인 셈이다. 한 뿌리로 시작해 계절에 따라 줄기가 더 자라고, 이파리 색깔도 달라지며, 꽃이 피고 열매를 맺는 이치처럼, 이광호의 작품들은 동체이지(同體異枝)인 셈이다. …
  • 본능적으로

    갤러리 소소
    본능(本能)의 사전적 정의는 어떤 생물체가 태어난 후에 경험이나 교육에 의하지 않고 선천적으로 가지고 있는 억누를 수 없는 감정이나 충동이다. 본능은 곧 스스로를 주장하는 가장 원초적인 수단인 것이다. 김형관, 이광호, 이인현 3인의 작가는 본능적이고 감각적인 특성을 통해 표현적이고 질료적인 예술을 만든다.
  • … 이광호는 사물을 그리는 것이 아니라 탐구하고 있었다. 그는 지난 13년간 인물을 탐구했고, 풍경을 탐구했고, 그리고 이번에는 선인장을 탐구하고 있었다. 그는 다만 사물의 모양을 탐구하는 데 그치지 않고 그것의 촉감까지 탐구하려는 엉뚱한 야심으로 한세월을 보내고 있었던 것이다. 오브제에 대한 그의 치열하고도 끈질긴 탐구는 마침내 화폭 위에 경이롭고도 신선한 석상들을 세우기에 이르렀던 것이다. 그의 그림 앞에 서면 사물을 있는 그대로 모사하고 있는 한 사람의 단순한 화가가 아닌, 사물이 내재하고 있는 어떤 비밀을 탐구하는 한 사람의 구도자를 느끼게 되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 …
  • 회화는 이른바 추상예술과 함께 시작되는 것이 아니라, 신체의 실루엣과 자세를 다시 창조하면서 풍경–얼굴의 조직화 속에서 이미 충분히 작동하고 있다고 말해야 한다.
    —질 들뢰즈(Gilles Deleuze), 펠릭스 가타리(Félix Guattari), 『천 개의 고원』(Mille plateaux, 1980)’—
  • 시선과 반응

    윤진섭
    … 이광호의 인물화에 있어서 두드러진 특징은 대상에 따라 각기 다른 다양한 묘법을 구사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가능한 한 대상이 지닌 고유의 아우라를 표현하고자 하는 작가의 의지다. 그는 피부와 옷의 존재감이 생생하게 드러나도록 거기에 맞는 필치를 구사하고 있는데, 이는 유화의 필법에 관한 다년간의 수련이 없었다면 불가능한 일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