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인장 (仙人掌)

용어
February 5, 2025
선인장 (仙人掌) _ 촉각적 그림
 
선인장은 줄기, 잎, 뿌리 중 일부가 수분과 영양분을 저장하기 위해 두꺼운 층으로 발달한 식물로, 형태적으로는 다육식물(Succulent)로 구분된다. 이광호가 선인장을 그리게 된 계기에 대해 평론가 김윤섭은 전시 《터치》(조현화랑 2011)의 서문에서 ‘새로운 작업을 고민하던 시기, 우연히 종로 5가를 지나가다 화초가게에서 선인장을 발견한 것’이라고 썼지만, 이광호는 한 미국 매체와의 영어 인터뷰를 위해 작성된 원고에서 ‘2006년 ‘인터-뷰’ 시리즈가 거의 끝나갈 무렵에 촉감을 재현할 수 있는 소재로서 무심결에 선인장이 떠올랐다’고 밝혔다.
 
이광호의 그림 속 선인장은 대부분 접목 선인장(Grafted cactus)으로, 작업 초기에는 경기도에 위치한 농업기술원 선인장연구소에서 촬영한 것을 그렸고 점차 우연히 길에서 마주치거나 여행지에서 만난 선인장을 그리게 되었다. 선인장을 그리기로 마음을 먹은 후에 이광호는 선인장의 ‘인’ 자가 한자로 사람 인(人) 자라는 것을 알게 되었는데, 마침 120명의 사람을 그린 '인터-뷰' 시리즈를 마무리한 지 얼마 안 된 터라 이런 우연의 일치가 흥미로웠다고 말했다.
 
초창기부터 선인장 시리즈는 실제 크기와 상관없이 확대되어 화면의 정중앙에 배치되는 ‘초상화’ 양식을 취하고 있다. 미술 비평가 유진상은 <선인장: 시선의 생산>(2010)에서 이광호의 선인장을 ‘눈부신 흰색의 배경 앞에서 마치 절대적인 공간 속에 홀로 고립된 인물들처럼 보인다’라고 묘사했는데, 이는 백색의 진공 공간 속 몰입의 대상이 된 선인장이 단순한 사물이 아니라 의인화된 존재라는 것을 상기시킨다. 그리고 선인장 시리즈와 ‘인터-뷰’ 시리즈의 동일한 회화적 체제 덕분에 선인장은 단지 정물화 속 심미적 대상 혹은 도상학의 주제로 머무는 것이 아닌, 관람객을 압도하는 장엄한(sublime) 존재이자 정서적 내밀함을 요구하는 존재로 이광호의 회화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