촉각 (Sense of touch, Tactile Sense)
서사(Narrative)가 중요했던 시기, 이광호의 작업을 가장 잘 설명 할 수 있는 장치는 시선(Gaze)이였다. 그러나 그의 관심이 점차 세계와 회화의 본질을 탐구하는 문제로 옮겨감에 따라, 촉각이 화면 속 대상의 현전을 체험하는 중요한 감각으로 부상하게 된다.
창동스튜디오 레지던시에서 ‘인터-뷰’ 시리즈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동안 그는 자신의 눈 앞에 있는 모델과 사회적 문화적 맥락을 초월한, 신체와 신체를 마주한 생물학적 현사실성(facticity)을 경험을 하게 된다. 이를 계기로 대상의 물성을 감각하게 해주는 촉각은 그것이 비롯 피부와의 직접적인 접촉이 아닌 시선을 통한 것일지라도 캔번스 위에 전개될 대상의 온전한 이해와 소유를 향해 나아 갈 수 있는 도구가 된다. 작가는 이런 과정을 ‘어루만지듯 그린다’라고 표현하며 그리는 행위와 촉각의 내밀한 관계를 설명한다.
한편, 이광호의 회화가 보여주는 대상의 사실적 묘사에도 불구하고 촉각은 그의 회화가 사실주의(Realism)나 극사실주의(Hyperrealism)에 국한되지 않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광호의 작품에 관해 지속적인 비평 작업을 한 김남시 비평가는 작가가 대중적으로 인지도를 높였던 선인장 시리즈를 예로 들어 다음과 같이 그 이유를 설명한다.
‘그의 선인장은 사실주의적으로 그려진 것이 아니다. 그의 그림이 보여주는 ‘실제 같은’ 느낌은, 대상을 보이는 그대로 재현하려는 의도의 산물이 아니다. 이 그림의 사실주의적 외관은, 그려지는 대상을 촉각적으로 전유해 내는 이광호 화가 특유의 작업 결과일 뿐이다.’
이은주 미술사학자 역시 다음과 같이 이광호의 회화에서 촉각과 재현의 관계를 주목한다.
‘(제주도 곶자왈) 숲의 인상은 숲속 대상들이 원래 가질 법한 분명하고 확정적인 형태가 아니라 그림 그리는 작가가 더듬거리며 이어 나간 듯한 붓질들의 쌓임을 통해 체현된 것이다.’ (촉각적 풍경, 2014, 국제갤러리 전시 서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