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ll Title : Jae Youn-Words His Mother Would Have Passed Down From the Heart 재연-어머니로부터 그의미를 마음에 새겼을 말들 (Two versions of the English title are available.) Words from His...
Full Title : Jae Youn-Words His Mother Would Have Passed Down From the Heart 재연-어머니로부터 그의미를 마음에 새겼을 말들 (Two versions of the English title are available.) Words from His Mother that Craved Its Meanings into His Heart
Abstract it!, National Museum of Modern and Contemporary Art, Deoksugung, Seoul, Korea (Curator. Yoo Jin Sang)
추상하라!, 덕수궁미술관, 서울 (기획 유진상)
2001 Lee Kwang-Ho, Gallery Indeco, Seoul, Korea
이광호전, 갤러리인데코, 서울
Literature
재연 - 어머니로부터 그 의미를 마음에 새겼을 말들
그림을 그리게 된 사연은 이렇다. 결혼하기 전 종종 친구 재연(앉아 있는 인물)의 집에서 밤을 지새우곤 했다. 밤늦게까지 많은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항상 내가 먼저 곯아떨어지기 일쑤였다. 아침에 독실한 불교 신자인 친구 어머님의 청명한 목탁 소리에 기분 좋게 잠에서 깨어 일어나면 친구는 그때까지 잠을 자지 않은 경우가 많았다. 내가 코를 너무 크게 골아서 잘 수 없었다고 불평도 했지만, 본래 야행성인 친구의 습성 때문이었을 것이다. 내가 곤히 자는 동안 친구는 책을 읽고 글을 쓰고 커피도 마시고 담배도 피우며 그만의 사색의 밤을 보냈다. 이 그림은 이러한 나의 개인적인 경험을 토대로 한 그림 이야기이다. 사실 이 친구에 대한 그림은 97년도에 지우 재연이란 제목으로 선보였었다. 그러나 항상 언젠가는 다시 그려야 한다는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완성도의 측면에서도 미흡했지만, 이야기가 나열되었을 뿐 테마가 없다는 아쉬움이 있었다. 그래서 2001년도에 새롭게 그리게 되었고 친구가 쓴 글들을 다시 읽어보면서 그의 어머니에 대한 단상을 중심 테마로 설정하였다. 인물의 포즈나 방향, 물체들의 선택과 배열된 모습 등은 등장인물의 성격과 관계를 이야기하기 위해 연출된 것들이다. 가령 책상 위의 물건들은 친구의 품성을 나타낸다. 재떨이의 담배꽁초들은 친구가 밤을 제시간의 흔적을 말하기도 하지만 담배를 길게 피워서 가지런히 놓고 라이터가 일렬로 줄 맞춰 있는 모습은 좀 지나치나 싶을 정도로 정리 정돈 하는 친구의 성격을 보여준다. 연고제와 알약은 조금만 아파도 약을 쓰는 친구의 조심스러운 습성을 드러낸 것이고 낡아서 헤진 열쇠 지갑 과 넥타이핀, 반지 등은 아주 작은 물건도 소중히 여기는 친구의 애착심을 표현한 소재들이다. 또한 김현 선생의 평론집 말들의 풍경과 국어사전은 언어적으로 치밀하고 완벽해지려는 그의 일면을 드러내기 위해 선택한 것들이다. 노란색 메모지에 쓰여 있는 말들은 그날 밤 그가 생각했을지도 모르는 어머니에 대한 단상이다. 그 안에는 나에게도 어머니를 떠올리게 하는 애틋하고 아름다운 단어들이 쓰여 있다. 반면에 그의 어머니는 짐작이지만 아들을 위해 새벽 기원을 하신다. 게르하르트 리히터의 그림에서 따온 촛불의 방향과 빛이 퍼지는 모습은 이러한 짐작을 형상화한 것이다. 이러한 모자의 상호 관계와 대조되게도 나는 꾸부정한 자세로 혼자 잠을 자고 있다. 이것은 어느 평론가의 말처럼 내가 친구에게 걱정과 충고를 듣고 의지하는 입장을 드러낸 것일 수도 있지만, 그 당시 나의 외로운 처치를 반영한다고도 말할 수 있다. 그래서 아늑한 실내의 공간과 대비되게 싸늘하게 느껴지는 창밖의 풍경은 그러한 나의 외로움과 정념을 표현한 것처럼 보인다.